어쩌면 여행자들이 상상하는 홍콩 그 자체일지도 모를 센트럴은 ‘중심’이라는 지명의 뜻처럼, 홍콩의 금융·비즈니스·쇼핑·관광의 1번지다. 1842년 아편전쟁의 결과로 영국이 홍콩 항구를 차지하던 그 순간부터 센트럴은 식민지의 심장이었다. 총독부가 들어서고, 은행이 몰려들고, 무역상들이 터를 잡았다. 18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그 지형도는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홍콩 내 150m 이상 마천루만 550여 개에 달하는데, 그 숲의 뿌리가 바로 이곳이다.
하지만 센트럴=현대풍이라는 도식은 곤란하다. 카오룽 반도에서 막연히 바라보는 모습, 즉 유리와 강철로 빚은 단조로운 현대 도시가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끝 간 데 없이 치솟은 초고층 빌딩 사이로 조계 시절의 유산인 트램이 땡땡거리며 어슬렁어슬렁 시가지를 활보한다. 바쁜 도시인들의 삶이 센트럴에 활기를 불어넣지만, 조그만 공원이라도 찾아내면 그 속에서는 느릿느릿한 무용과도 같은 태극권의 동작이 이어진다.
센트럴은 지금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갱신한다. 1939년 바우하우스 양식으로 지어져 홍콩 시민의 장바구니를 책임지다 2003년 문을 닫았던 센트럴 마켓 中環街市이 2021년 복합문화공간으로 부활한 것이 단적인 예다. 낡은 것을 허무는 대신 되살려 쓰는 홍콩 특유의 방식으로, 테라조 바닥과 붉은 벽돌 외벽을 그대로 살린 채 젊은 로컬 브랜드들을 채워 넣었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충돌하지 않고 공존하는 것, 그것이 센트럴을 센트럴답게 만드는 힘이다.
2019년 이후 센트럴은 또 다른 결을 품게 됐다. 황후상 광장과 홍콩 입법회 건물 주변에서 펼쳐졌던 기억들, 그것은 이제 풍경 속에 조용히 녹아 있다. 여행자의 눈에는 그저 아름다운 신고전주의 건물일 수 있지만, 홍콩인들에게 그 공간이 가진 무게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쇼핑과 야경만으로 센트럴을 소비하는 여행자들이 그래서 안타깝다. 이 도시가 품고 있는 시간의 겹을 조금만 더 들여다본다면, 센트럴은 전혀 다른 도시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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